[한국일보 2005-01-12 19:44]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의 78% 가량이 6~9월 장마, 태풍 기간에 집중되는 등 강수량의 계절적인 편차가 매우 커 해마다 봄 가뭄과 여름철 수해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서울은 급속한 도시화로 곳곳의 녹지가 콘크리트로 변하면서 빗물이 한꺼번에 하수관을 통해 한강 지천들로 유입돼 상습침수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갑수 선임연구위원(도시환경연구부)은 12일 ‘빗물 이용에 의한 물 순환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서울시는 홍수 방지를 위해 빗물저류조 설치 의무화, 투수성 포장재 사용 확대 등의 방안을 마련해 빗물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40년간 강우 불투수율 5배 높아져]
김 연구위원이 중랑천 탄천 불광천 등 서울시내 9개 하천유역의 물 순환을 모의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62년부터 2002년까지 40년 동안 서울시내의 강우 불투수율은 5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콘크리트 구조물과 아스팔트 포장 때문에 비가 땅 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하천으로 바로 흘러가는 바람에 표면유출량이 40년간 연 483㎜가 늘어났고 증발산량은 264㎜ 감소했다. 62년에는 서울시의 연간 강우량(1,266㎜)중 전체의 40%가 지하수로 스며들었지만 2002년에는 23%만이 지하수로 스며들었다.
김 연구위원은 “빗물이 저장되지 않아 홍수 피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물 순환이 제대로 안돼 대기온도가 올라가 도시가 ‘열섬’화하고, 하천이 건천(乾川)화하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며 “산사태 위험지역과 지하건물 밀집지역 등을 제외하고 서울 전체 면적(605.6㎢)의 3분의1 가량(217㎢)에 빗물 침투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침투 트렌치(하수관), 침투 측구(수로) 설치와 공공시설 저류조 설치 등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빗물 활용대책은 걸음마 단계]
반면 서울시의 빗물 활용대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시내 건물 중 빗물 저류시설이 설치된 곳은 서울광장(437톤)과 서울대 기숙사(200톤) 2곳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빗물 저류량을 하루 100만톤으로 늘려 침수 피해를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민간기업이 대지면적 604평(2,000㎡) 연면적 907평(3,000㎡)이상의 건물을 신축할 때 빗물침투시설 설치를 권고키로 했다. 광진구 구의동 주상복합건물 스타시티(3.000톤) 등 32개소에 빗물저류시설 설치를 시행ㆍ계획중이며 학교 공원 등 공공시설에도 내년부터 매년 50억원을 투자해 빗물침투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송웅기 서울시 수질과장은 “현재는 대형 공공시설 위주로 빗물 저류시설 설치대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빗물저류조를 설치할 때 시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하수도 요금을 감면하는 등 다양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http://blog.hankooki.com/ys5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