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안톤 시나크(1892∼1961)의 유명한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첫 문장이다.
최근 서울 도심을 불 밝히고 있는 가로수 조명을 보며 이 구절이 떠오르는 건 왜 일까. 요즘 광화문의 세밑 야경은 화려하다. 가로수마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화려함을 넘어선 장관으로 가로수 조명은 시민에게 사랑받는 명물로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서울시공원 녹지관리사업소는 해마다 광화문에서 시청 앞까지 가로수에 불을 밝히던 것을 올해에는 남대문 구간까지 확대해 약 1.8㎞ 구간, 총 363그루의 나무에게 '조명옷'을 입혔다.
가로수 조명은 내년 2월 14일까지 일몰 이후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불을 밝히게 된다. 시는 '밝음'을 통해 우리 사회 희망을 여는 상징물로 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가로수 조명은 왠지 비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한다는 시민도 많다. 전선과 전구를 온 몸에 칭칭 감은 나무들을 보면 불쌍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물론 시에서는 가로수에 설치하는 전구는 굵고 나무에 직접 닿지 않아, 나무에 직접 피해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선을 감는 과정과 조명 온도를 감안하면 나무에 아무런 해가 없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안톤 시나크가 서울에 살고 있다면 이렇게 썼을지 모르겠다. '전선을 휘감은 채 불 밝히고 있는 가로수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 해럴드경제/김영상 기자 ysk@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