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사철나무 띠병
사진2. 혁띠처럼 띠형태로 굳어지고 그곳에 갈색반점들이 나타남

사철나무 띠병(帶化病, Euonymus fasciation)은 줄기나 가지가 띠 모양으로 납작해져서 기형이 되는 병으로, 가끔 눈에 띤다. 이러한 대화현상(帶化現象)은 소나무, 삼나무, 낙엽송, 자작나무, 오리나무, 버드나무, 아까시나무, 물푸레나무, 그밖의 침엽수와 활엽수에서도 가끔 나타나며 대부분 삽목, 접목 등의 영양번식에 의해 차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원예적 가치가 있는 띠병에 걸린 나무는 원예가들 사이에서 진귀하고 소중하게 다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병 징]
주로 어린 줄기나 가지에 발생한다. 보통 때면 원통형으로 자라야 할 줄기나 가지가 띠 같은 모양으로 납작해진다. 이렇게 납작해진 가지나 줄기는 다소 뒤틀리거나 휘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 줄기나 가지의 끝부분이 나선형으로 꼬이기도 한다. 또한 병든 가지는 마디 사이가 짧아지면서 한곳에서 잎이 아주 작은 잎들이 무더기로 빽빽하게 자라나온다. 한번 발병한 나무에서는 매년 발병하는 경향이 있고, 띠 모양으로 납작해진 가지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일은 없다. 띠병으로 인하여 나무 전체가 말라죽는 일은 없으나 납작해진 가지나 줄기는 조직이 약하므로 겨울에 말라죽기도 한다.

[병원균 및 병환(病環)]
사철나무 띠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영양과다, 돌연변이, 선천적인 성질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최근 프랑스에서 사철나무 띠병에 걸린 줄기와 가지에서 바이러스(일종의 Rhabdovirus)를 발견하고, 이 바이러스를 사철나무에 인공접종해서 띠병을 발현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이러스 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도 있어 사철나무 띠병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좀더 충분한 연구와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최근까지 주로 생리적인 현상으로 여겨왔던 띠병의 원인으로 바이러스가 등장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로서, 앞으로 여러 수종에 발생하는 띠병의 원인을 밝히는 데 크게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방 제]
일단 띠병이 발생한 나무는 병든 가지를 제거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병에 걸린 나무는 뿌리째 제거한다.

[글/사진] : 나용준(서울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