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 전시작가: 임충섭

○ 전시기간: 2006. 1. 20. 금요일 ? 2006. 2. 19. 일요일 (매주 월요일 휴관)

화-금: 10:00am-6:00pm, 토, 일: 10:00am-5:00pm

오프닝 1. 20. 금요일, 5pm ? 7pm

○ 전시장소: 국제갤러리 (문의 02-735-8449)



■ 전시취지

국제갤러리는 뉴욕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임충섭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임충섭은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로 대도시와 그를 둘러싼 자연 환경의 일상적인 사물과 풍경에서 포착한 사유들에 3차원의 형태를 부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국제갤러리의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그의 작품들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의 최근작들로 평면과 조각, 설치의 형태를 넘나들며 자연과 도시 문명의 접점과 공존, 그리고 한국과 미국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두 문화의 체험을 다룬다. 특히 이번 전시는 실과 물레를 이용하여 전시장 하나를 가득 채운 커다란 설치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 작가소개

임충섭은 1941년 충청북도 진천 출생으로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뉴욕대(NYU)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 그는 1980년에 퀸즈미술관의 전시와 O.K. 해리스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져 왔으며 현재 뉴욕화단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한 1967년부터 현재까지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우선 한국에서 ‘앙가주망’ 그룹전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던 시기와 1973년에 뉴욕으로 이주하여 3~4년 간 수학(修學)과 창작을 계속한 시기를 초기라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1980년의 퀸즈미술관 전시를 계기로 그는 재료의 탐색과 공간 구성의 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탐색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는 복합적인 콜라주 작품이 많이 나타난다. 이에 비해 199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함축적인 이미지의 혼성과 복합적인 구성을 통해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공(共)-감각적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2000년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로 작가의 오랜 주제인 자연과 문명의 접점과 공존에 관한 심도 있는 해석들을 보여주고 있다.?



■ 작품 세계

임충섭의 작품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사물과 풍경들이 주는 일상적이고 미세한 느낌들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느낌들은 작가의 사색을 거쳐 함축적인 3차원의 조각으로 환원되는데, 그 결과 완성된 작품은 지극히 비서술적이고 생략적인 형태를 띤다. 이는 작가가 미국에서 유학한 1970년대와 80년대에 크게 유행한 미니멀리즘의 형식적 영향을 시사한다. 그러나 작품의 외관이 주는 추상적인 인상과는 달리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철저하게 작가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체험과 사유를 밑바탕으로 한다. 그는 특히 시골과 도시, 자연과 문명,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인 경계선에서 발견하는 미세한 특이성들에 주목한다. 이러한 이분법의 틀은 농촌에서 태어나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된 60년대와 70년대를 겪고 뉴욕이라는 대도시 한복판에서 작업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의 배경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이러한 이분법적 특이성들을 철학적으로 관조한 결과물에 해당된다.



예컨대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발끝 Tiptoe>이라는 작품은 도시와 자연의 접점을 뉴욕 도심을 다니는 말의 발굽을 통해 표현한 예이다.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 마차를 끌거나 혹은 경찰들이 타고 다니는 말의 발굽은 자연의 변형된 형태를 상징한다. 또한 작가가 1993년부터 지속적으로 제작해 온 <화석 풍경 Scape- Fossil> 시리즈는 뉴욕 도심에 거주하는 작가가 교외로의 주말 여행에서 수집한 20개의 ‘풍경’을 설치 작업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도시와 시골을 오가면서 발견한 이질적인 사물과 풍경, 그리고 사고의 파편들을 함축하는 이 작품은 두 영역의 경계선을 따라 탐험 여행을 떠난 작가의 여행일지인 셈이다.



한편 <미학적 기준, 아시아 An Aesthetic Ruler>와 <귀 Ear>는 뉴욕에서 작업하는 동양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미학적 기준, 아시아>는 미국의 한 저명한 비평가가 ‘현대 아시아 작가들의 작업을 비평하기 위한 미학적 기준이 부족하다’고 언급한 것에 착안하여, 그 ‘기준’을 로프를 이용하여 실물로 만들어낸 재치 있는 작품이다. 반면 반투명의 고무 캐스팅으로 만들어진 길다란 귀를 형상화한 <귀 Ear>는 작가가 자주 드나들던 뉴욕의 영국식 바(bar)의 이름을 딴 작품이다. 이 바에는 항시 한국의 민화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풍겼다고 한다. ‘귀’라는 이름의 장소에서 받은 시각적인 인상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이 작품은 ‘눈으로 듣는 귀’라는 작가의 생각을 형상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삼라만상을 수용하는 부처의 길게 늘어진 귀를 연상시킨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脫?소실점 Scape-Vanishing-Point>라는 거대한 설치작품이 전시장 하나를 가득 채운다. <脫-소실점>은 실과 물레를 이용한 설치 작업으로 수직과 수평, 긴장과 이완이라는 이분법적 개념들이 ‘소실점’을 기준으로 집중되었다가 흩어지는 풍경을 다룬다. 물레를 돌리던 옛 여인들의 직조 행위를 해체하는 듯한 이 작품은 서양의 원근법을 상징하는 소실점을 도입한 개념적인 풍경화이다.



임충섭의 작업은 일상의 삶을 스쳐 지나가는 사물과 경험, 풍경의 파편들에 대한 작가의 사색에 양감을 부여하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사유’와 ‘관조’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 자신은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그림에는 보고 그리는 그림(look-and-draw)과 생각하고 그리는 그림(think-and-draw)이 있다. 내 작업은 후자에 속한다. 그것은 어떤 대상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싶은 대상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