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의 수간 관찰

글 / 이 정 호(국립수목원 식물보존과)







△ 맹아지와 측면맹아는 나무가 취한 긴급조치사항







△ 수간이 부풀어 오름







△ 수간 아래 구멍이 생긴 나무




수간과 근부로부터 발생하는 맹아가 알리는 나무의 긴급사태 - 새로운 통도조직을 만드는 노력

커다란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굵은 수간과 근주부 부분에서 조그마한 맹아들이 무수히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다. 줄기로부터 나오는 이러한 가지들을 보통 맹아지(epicormic branch)라 하며, 아래쪽 근주부로부터 나오는 조그마한 가지를 측면맹아(stump sprout)라 한다. 맹아는 수간과 근주부뿐만 아니라 지표면에 가까운 뿌리에서 발생하는 것도 종종 있으며, 수간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편, 노거수의 뿌리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맹아(움가지)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좋아할 일이 아니다. 사실 이러한 작은 맹아들은 긴급사태를 맞이한 나무가 다급한 김에 휴면하고 있던 눈(休眠芽)을 깨운 것이다. 여기에서 휴면아란 어린가지에 붙는 많은 눈 중에서 눈을 틔우지 않고 쉬고 있던 눈을 말하며, 생장할 눈의 성장에 억압되어 자라지 못하고 잠을 자고 있던 눈이 위기를 감지하고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썩었거나 병에 걸리거나 상층부의 가지를 대신하여 수분을 증산시키거나 양분을 만들어야 할 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간과 근부로부터 맹아가 나오는 것은 나무가 위기를 벗어나 생명을 연장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건강한 나무도 바람과 눈 등에 의하여 상층부의 가지가 잘리면 없어진 부분에 걸맞는 양의 잎을 확보하기 위하여 몹시 서둘러서 휴면아를 자꾸자꾸 깨우므로 맹아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것들은 나무 자체의 자위수단이므로 나쁠 것이 없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맹아지, 측면맹아, 근맹아를 그대로 방치하면 점점 상층부에 영양분과 수분을 보내지 않아 나무가 약해진다. 이는 나무가 자신을 치유하려고 하는 의지보다는 종을 보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행하는 것이므로, 아직 나무가 건전하여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이들 맹아지들을 모두 없애버려야 한다. 또한 회복할 가망이 없을 경우에는 그대로 두어 종의 보존을 최선책으로 삼아야 한다. 
커다랗고 굵은 가지로부터 나온 조그마한 가지가 맹아인지 작은 가지인지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맹아의 가지는 쭉 뻗치고 가지분지가 많지 않으며, 비교적 색이 엷고 잎을 커다랗게 만드는 특징이 있으므로 이를 판단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맹아지, 측면맹아, 근맹아가 전혀 없다면 그것은 더더욱 건전한 나무이다. 상층부가 고사하였는데도 맹아지, 측면맹아, 근맹아가 없다면 이는 아주 약해진 나무이다.
단, 소나무와 같이 맹아지 또는 측면맹아가 전혀 나오지 않는 나무, 건강하지만 맹아가 빈번하게 많이 나오는 벚나무 등도 있으므로 맹아만으로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것은 수종에 따라서는 불가능하다. 


부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른 수간

쓰러진 나무가 차제에 썩어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지만, 살아 있는 나무가 부분적으로 썩어가는 것은 매우 주의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썩는다는 것’은 버섯류 등의 균이 나무에 붙어 셀룰로오스 등의 섬유를 분해하는 일을 말한다. 썩은 목질부는 부석부석하고 부서지며 이를 치료한다 해도 조직이 소생하여 되살아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썩기 시작한 나무는 결국은 죽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건강한 나무라면 썩기 시작한 부분을 신속하게 비대시켜 보강하고, 몸을 지지시킨다. 나무의 표피에 균이 침입할 만한 상처가 보이지 않더라도 수간을 잘 관찰하여 부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른 부분이 있다면 그 원인은 수간의 내부가 썩어서 구멍이 파였거나, 약해진 부분이 꺾이지 않도록 보강한 결과일지 모른다. 이렇게 부풀어 오른 것은 수피의 상태로 알 수 있다. 수피에 낯선 결이 있거나 종래의 수피와 다른 밝은색을 보이면 그것은 갑자기 굵어진 수간이다. 사람이 갑자기 뚱뚱해지면 배와 허벅지의 피부가 트는 원리와 똑같다. 
나무는 구멍이 생겨도 살수 있으므로 부패한 곳이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비관할 필요는 없으나 그대로 방치하면 썩은 부위가 넓어지므로 건강해 보인다할지라도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수간에 생긴 커다란 구멍

노거수 중에는 수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내부에 몇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는 것도 있다. 또한 뜰 안 가득히 여기저기 뻗친 가지에 홈이 생겼는데도 용하게 살아 있구나라고 생각되는 나무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건강한 나무인데 이상하네라고 생각하거나 약해져 있으므로 틀렸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무 수간의 구멍은 수세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잎과 뿌리를 연결하는 살아 있는 통도조직은 나이테 가장 외측의 유조직 부분에 많으며, 중심부의 목질부는 조직으로 말하면 죽은 조직이다. 
그러므로 구멍이 생겼다 하더라도 나무의 신진대사와는 분리하여 생각해야 한다. 수세가 약한 나무라도 구멍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약해진 것은 다른 원인이 있으며, 구멍이 있는 나무는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구멍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상처가 있거나 그 상처가 커다란 구멍이 되어 통도조직의 일부가 소실된 것이다. 또한 쓰러지기 쉬우므로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참고문헌 : 『樹醫をめざすあなたえ』, 山本光二 지음) 
 
출처 : 산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