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특히 과수농가에게는 유난히 힘들었던 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린 비, 일조부족 등으로 각종 과수의 품질 및 수량 등 작황이 매우 좋지 않았는데, 그 중 복숭아는 잦은 강우로 인해 생리적인 낙과와 굴나방, 천공병 등의 피해가 많았으며, 포도의 경우는, 태풍 “매미”로 인해 포도덕과 비가림 및 하우스, 그리고 지주시설 등이 무참하게 쓰러져 버린 농가가 많아 기억하기 싫은 아픔을 지닌 한해였다.
아무튼 영농을 하는 농업인에게 있어 겨울철은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 짓고 내년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로서 수확후 과원을 정리하고, 밑거름주기, 정지전정 및 월동대책 등이 겨울철 과수원 관리에 있어 주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사항은 모든 낙엽과수에 모두 해당되는 관리 사항이지만 본 고에서는 포도와 복숭아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기술하기로 한다.
특히 포도는 잡초방제나 열과방지를 목적으로 부직포나 비닐(폴리에틸렌)을 피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 방치되어 있으면 피복물을 제거하도록 한다. 또한 나무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이병과 봉지나 낙엽 등은 긁어모아 태워서 병원균의 월동잠복처를 없애도록 한다. 또한 비가림 및 덕등 시설구조물의 보수도 하여야 한다.

[밑거름주기]
밑거름은 낙엽 직후부터 해빙기까지 휴면기동안의 시비를 말한다. 휴면기는 땅의 온도가 낮고 데체로 건조한 시기로서 시용한 거름 역시 분해가 매우 완만하다. 더욱이 지상부는 휴면중이라 뿌리는 양분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밑거름은 지속적으로 거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효성 거름인 퇴비 등 유기질 거름을 주체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문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과수재배 농가가 가축분을 함유한 유기질 비료를 무분별하게 과용하고 있는 경향이다. 가축분이 다량 함유된 유기질 비료를 시용할 경우 토양내 인산이 과다 축적되고 이로 인해 철과 같은 미량원소의 초기 부족현상을 초래할 수 있고 빗물에 의해 씻기어 내려가면 하천의 부영양화를 촉진하여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되기도 한다. 작년에 우리 연구소에서 포도와 복숭아 농가를 대상으로 토양내 유효인산 함량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역 및 농가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농가가 기준치인 200~300ppm의 2~6배를 초과하고 있었다. 이는 앞으로 포도, 복숭아를 비롯한 우리나라 과수원의 토양관리상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의뢰하여 시비처방 결과에 따라 과수원에 필요한 량을 적정량 시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밑거름은 기초가 되는 비료(基肥)로서 발아, 개화, 착과 등의 초기생육에 이용율이 높아야 밑거름으로서 의의가 있다. 대부분의 낙엽과수는 1월 중순이 지나면 대체로 자발휴면이 타파되고 지상부는 아직 한 겨울이지만 땅속의 뿌리는 서서히 활동을 개시한다. 따라서 밑거름은 해빙후인 3월에 시용하는 것보다 월동전인 11월에 시용하는 것이 퇴비, 두엄 및 기타 유기질 거름의 분해가 촉진되어 양분의 흡수이용율을 높일 수 있어 발아직후 초기생육에 보다 유리하다. 만약 밑거름을 이른 봄에 시용할 경우는 초기 이용율이 낮고 장마기 이후 흡수율이 높아 도장지 발생 등 나무의 수세가 강하고, 과실품질도 마이너스 작용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늦가을 시용보다 시용량은 줄여 주고 관수를 하는 것이 초기 흡수율을 높일 수 있으며, 웃거름은 생략하도록 한다. 한편 보숭아 재배농가의 경우 밑거름과 함께 석회를 지나치게 과용하여 토양산도가 적정범위(pH 6) 이상인 농가가 다소 있었는데 토양산도가 높은 경우도 철 등 미량요소의 흡수를 저해하므로 이런 경우도 토양검정에 의해 알맞게 시용하도록 한다.

[정지?전정]
엄동설한이 지난 1월 말부터는 전정작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몇 가지 전정에 관한 기초지식을 알고 작업에 임하는 것이 과학영농의 길로 가는 빠른 길이라 생각된다. 전정은 과수원의 경영조건, 나무의 경제수명, 재식거리, 품종, 수세 등에 따라 그 정도나 모양을 달리하여야 한다. 복숭아는 나무의 자연성을 살리면서 좋은 품질의 과실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다수확과 더불어 각종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수형이 바람직하다. 전정작업에 임하기전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항은 나무의 특성과 결과습성이며 그 외 전정반응에 관한 기초이론과 적용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상대적인 개념에서 잘라내는 양이 많으면 강전정, 적은 경우는 약전정이라 하는데 전정을 강하게 할수록 인접한 곳의 눈에서 나온 가지의 세력은 왕성하게 되지만 나무 전체를 생각하면 강전정을 할수록 잎수(엽면적지수)가 적어지므로 총생산량은 떨어지며 수명도 단축된다. 나무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점차 전정에 대한 영향은 적게 나타나나 늙은 나무나 세력이 약한 나무는 적당한 전정을 통해 나무의 생장을 촉진시킨다. 일반적으로 수세가 강한 가지는 약하게 전정하고 약한 가지는 강하게 전정한다. 특히 비옥한 땅에서는 전체 꽃눈의 80%이상 강전정이 매년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강전정이 반복되면 가지가 웃자라기 쉽고 이듬해 꽃눈 착생도 불량해지며 생리적 낙과도 많아지는 경향이다 특히 도장지 발생이 많고 수관 내부가 복잡하여 햇빛 투과가 차단되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아래 쪽 가지의 고사율이 높아 결과적으로 결실부위 상승한다. 또 전정시에는 복잡하고 불필요한 가지가 많아 다시 강전정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따라서 수세를 잘 판단하여 전정량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이 경우 시비량 시비방법 등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수세안정에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해대책]
과수의 동해발생은 냉기가 정체되는 지역에서 많이 발생되며 경사지 과원은 비교적 발생이 적거나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표 1>. 냉기가 정체되는 과원 중에서도 특히 저습지에 재식된 경우에 피해가 심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동해가 발생하기 쉬운 시기는 한겨울 보다도 나무가 자발 휴면에서 타파된 이후인 1월 말에서 2월 해빙기에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일단 나무가 휴면에서 타파되면 생육이 진행될수록 점점 동해에에 대한 저항성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표 2, 표 3>.
재배적으로는 전년에 과다결실된 나무 또는 병해충관리가 불량한 과원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한편 유목이 성목에 비하여 동해에 약한 편이다. 포도는 켐벨얼리에 비하여 거봉품종이 동해에 약하다. 특히 동해에 약한 품종을 묻어 월동시키지 않을 경우 동해 발생이 많다<표 4>. 동해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과원도 동해 피해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발아지연, 황화, 고사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표 1> 지형별 복숭아 동해 피해율(1981년)
지역 동해피해율(%) 최저기온(℃)
평지 경사지
경기 양평 100 83.5 -32.6
경기 이천 95.5 58.8 -26.5
경기 수원 93.0 51.9 -24.8
충남 온양 18.5 0 -20.3

<표 2> 포도의 생육단계별 동해피해 온도
(단위 : ℃)
구분 12~1월 2월 3월 4월 5월
생육단계 휴면기 싹트고 꽃 필때 열매 맺힐때
동해온도 -20 ~ -25 -15 ~ -20 -0.6 -1.1

<표 3> 복숭아 생육단계별 꽃눈 동해피해 온도
생육단계 휴면기 꽃봉우리시기 개화기 결실기
동해온도(℃) -15 ~ -20 -1.7 -1.1 -1.1

<표 4> 포도 거봉 품종의 월동형태별 신초발아율
구분 조사면적(ha) 조사과원수 평균수령(년생) 신초발아율(%)
노지월동 7.8 20 6.9 36.2
월동피복 4.7 18 5.7 55.5

포도에서 동해대책으로 배수가 불량한 답전환과원은 암거 및 명거 배수시설을 한다. 동해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토양에 매몰하고 수세가 약한 나무도 동해 위험이 있으므로 같은 방법으로 월동시킨다. 생육기 병해충방제를 에방위주로 한다. 동해에 의해 결실량이 줄어 든 경우 질고비료를 30~50% 감량시비 한다. 동해피해를 받은 나무는 부아 및 맹아를 잘 키워서 내년도에 결과모지로 활용하여 적정 결실량을 확보한다. 동해피해 발생과원은 가급적 전정시기를 늦춘다.동해에 의한 결손결과모지 보완방법으로는 결손결과모지가 1~2개일 경우 인접 결과모지를 기부에서 휘어서 이용하고, 결손 결과모지가 3~4개일 경우 인접 결과모지를 장초전정하여 결손지를 보완한다. 결손 결과모지가 많을 경우 원가지 아래 쪽의 숨은 눈에서 나오는 가지로 원가지를 갱신 또는 내년도 결과모지로 활용한다. 꽃눈피해가 50% 이상일 때는 평년대비 열매가지를 2배 더 남기며 50% 이하 때는 평년대비 열매가지를 20% 정도 더 남긴다. 동해 후에 나타나는 병해 예방을 위하여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한다.
한편 1981년과 2001년 저온내습으로 우리나라의 중북부 내륙지방에서 복숭아 동해가 심하였다. 특히 강가 및 평야지대에 위치한 저지대 과원은 피해가 심하였고, 해발 100~200m의 산기슭에 위치한 과원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복숭아 꽃눈의 동해 피해는 결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주간부의 동해 피해로 원줄기의 수피가 터지고 목질부 변색 등이 수세를 크게 떨어진다. 주간부 동해로 심한 경우 나무전체가 고사되거나 수세가 쇠약해져 신초 발생량이 줄고 착과된 과실이 낙과되기도 한다.
주간부에 동해를 심하게 받은 나무는 빠른 시간내에 수피가 터진 부분을 노끈이나 고무밴드 등으로 묶어 건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수세회복에 도움이 된다. 동해피해를 받은 나무는 강전정하여 결실량을 줄이고 본철 건조기에 관수를 철저히 하여 수세회복에 노력한다. 동해로 수세가 떨어졌을 때 기계유제 살포는 피하고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하고 예방위주로 생육기 병해충방제를 철저히 한다. 가납암백도, 일천백봉, 서미골드, 백약도 등의 품종은 동해에 특히 약하므로 중북부 내륙지방에서는 품종 선택시 유의한다. 그 밖의 대책은 포도에 준한다.
마지막으로 작년에는 강우가 워낙 많아 병해충방제에 매우 곤란을 겪은 해였으므로 병해충의 월동밀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동계약제를 철저히 살포하여 월동 병해충의 초기 밀도를 낮추는 등 병해충 예방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원예연구소 과수재배과 / 신용억과장 / ohinyu@rda.go.kr